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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브라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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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브래지어를 벗어 던지고 있다. 브래지어를 입는 것은 선택의 문제라는 주장에 공감하는 여성들이 늘었다. 사진은 ‘탈브라’를 선언한 20대 여성 A씨.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일상의 성평등’ 만들어가는 사람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탈브라’ 운동 확산

최근 ‘탈코르셋’ 바람과 폭염이 자극제 돼


“저는 오늘 브라를 버렸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브래지어를 찬 이후 한 번도 맨가슴으로 외출한 적 없었던 김효영(25) 씨는 며칠 전 ‘탈브라’를 선언했다. 그는 이달 초 인스타그램에 ‘노브라 선언문’을 올렸다. “114년만의 최악 폭염이 계속되는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옷을 두 겹 껴입고 외출해야 한다니. 밥을 먹고 나면 명치를 조이는 브라 때문에 소화가 안 돼도 ‘여자니까’ 조신하게 참아야 한다니? 같은 젖꼭지인데 남자는 안 가려도 되고 여자는 꼭 가려야 한다니? 결심했다. 나는 오늘 브라를 버린다. 이까짓 찌찌가리개가 뭐길래 그토록 오랜 시간 나 스스로를 틀에 가둬두었을까. 이젠 안녕!”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벗어 던지고 있다. ‘탈브라’ 운동은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탈코르셋’ 운동의 일부이기도 하다. 여성은 브래지어를 입는 것은 선택의 문제라는 주장에 공감하는 여성들이 늘었다. 인스타그램·트위터·온라인 여성 커뮤니티 등 SNS에는 연일 #탈브라 #탈코르셋 등 해시태그를 단 후기들이 연일 올라온다.

“유럽여행 가서 3주 내내 탈브라 하고 다녔다. 1초도 내 가슴에 그 어떤 불편함도 용납하지 않았다.”

“등 간지럽고 땀 차고 그랬는데 자연가슴으로 사니까 너무 편하다”

“작년 여름은 땀에 젖은 브라 때문에 더욱 무더웠다. 올해는 아니다.”

“브래지어 안 입으면 되게 아프고 불편할 줄 알았더니 사람들 시선이랑 가끔 어디 스치면 아픈 거 말고는 다 너무 편해서 억울할 지경이다.”

“거울 앞에 서서 3일을 망설였어요. 정말 이래도 되나..? 네, 이래도 됩니다. 누군가가 날 보고 용기를 얻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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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세계적으로 확산된 ‘가슴에 자유를(Free the Nipple)’ 캠페인은 ‘노브라 데이(No Bra Day)’ 등 다양한 페미니즘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 노브라데이 웹사이트 캡처


주변 시선 신경쓰지 않고 입을

‘탈브라 전용 의류’ 나와 호응 얻기도


물론 한국 사회에서 학교,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노브라’로 다니면서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탈브라’를 시도하는 여성들이 ‘티나지 않는 옷차림’부터 고민하는 이유다. SNS에선 여성들끼리 니플 패치 고르는 법, 젖꼭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옷 고르는 법 등 ‘팁’을 나누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다.

‘탈브라 전용 의류’를 만드는 이도 있다. 20대 여성 A씨는 ‘야망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탈브라 셔츠’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양쪽 가슴 부분에 주머니가 달린 긴팔 셔츠로, 시원하고 가벼운 시어서커 소재로 만들었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호응을 얻어 텀블벅 펀딩 시작 일주일 만에 후원금 약 1200만원이 모였다. “돈벌이보다는 브래지어가 여성의 건강에 유해하다는 걸 알리고, 여성이 여성의 가슴을 부끄러워하는 문화를 돌아보자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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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브라 셔츠’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결과 15일 기준 후원금 1400만이 모였다. © 텀블벅 페이지 캡처


브라를 착용한 이래로 어깨 결림, 몸의 긴장, 소화불량 등에 시달리던 그는 지난 5월부터 브라 없이 살면서 ‘탈브라 전도사’가 됐다. 프로젝트 호응에 힘입어 ‘매일같이 맨몸으로 입을 수 있는 탈브라 전용 의류 쇼핑몰’을 열 계획도 세웠다. “탈브라 이후로 입고 싶은 옷을 찾기가 어려워졌어요. 정 그러면 내가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죠. 사탕 껍질처럼 보기에만 예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입기 편하고 튼튼하고 좋은 옷을 만들고 싶어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라고 봐요.”

왜 여성의 젖꼭지는 감춰야 하나

탈브라 운동은 여성의 몸에 대한 자주권을 회복하자는 선언이다. 여성의 가슴은 왜 ‘성적 대상’이라는 편견을 깨고, 내 몸을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당당히 드러낼 권리를 되찾자는 운동이다. 세계 각지의 페미니스트들은 수년 전부터 여성과 남성이 상체 탈의에 있어서는 법적으로 동등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남성이 웃통을 벗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왜 여성이 가슴을 드러내면 ‘풍기문란’으로 찍혀 처벌받고 사회적 낙인에 시달려야 하나? 이는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중심적 사회의 검열이자 국가의 여성 통제가 아닌가?

1960년대 미국에선 브래지어 태우기 운동이 있었다. 영미권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된 ‘가슴에 자유를(Free the Nipple)’ 캠페인도 유명하다. 2000년대 한국 페미니스트들도 ‘가슴 해방 선언’을 했고, 2014년 한국여성민우회가 연 ‘이것도시위’ 참가자들은 서울 홍대 거리를 행진하며 브라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흐름은 최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상의 ‘찌찌 검열’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 페미니스트들이 ‘찌찌해방 시위’를 벌인 배경이다. 페이스북코리아가 지난 5월말 ‘불꽃페미액션’이 페이스북에 올린 상의 탈의 퍼포먼스 사진이 ‘음란물’이라며 지우고 계정 1개월 정지 처분을 내리자,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은 “여성의 반라 사진만 음란물로 분류하는 것은 ‘여성의 신체는 성적 대상’이라는 전형적인 성적대상화이자 여성혐오”라고 항의하며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였다. 페이스북코리아는 다음날 해당 사진들을 복원하고 사과했다. 이들의 시위는 다수의 한국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퍼포먼스를 해 높은 사회적 관심과 반향을 끌어낸 드문 사례로 남았다. (관련기사▶ 페이스북 사과 받아낸 불꽃페미액션 “엄마가 자랑스럽대요” http://www.womennews.co.kr/news/142452)

브래지어, 여성 건강엔 득보다 실

브래지어가 여성의 건강을 저해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다수 존재한다. 여성의 가슴이 처지지 않도록 막으려면 브래지어가 필수라는 믿음엔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3년 4월 장 드니 루이용 프랑스 브장송대 교수팀이 1997년부터 여성 330명의 브래지어 착용 습관과 신체 변화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브래지어를 착용한 여성의 가슴이 더 많이 처졌다. 브래지어 착용 여부보다는 흡연과 임신 경험이 피부 탄력을 잃게 만들어 가슴 모양 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결론이다. 브래지어를 오래 착용하면 가슴을 압박해 혈액 순환을 방해하면서 체내에 노폐물이 쌓이거나, 등과 어깨 통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탈브라’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브래지어를 벗고 싶지만 부담스럽다면 브라탑이나 캡나시(와이어 없이 캡만 달린 슬리브리스 의류), 브라렛(와이어, 두꺼운 캡 없이 레이스나 면 소재 등으로 만든 홑겹 브래지어) 등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운동이나 잦은 활동 시에는 스포츠용 브라탑을 착용하면 가슴 충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시중에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으니 자신의 신체 사이즈 등을 고려해 적절한 제품을 고르면 된다.

니플 패치를 활용해도 좋다. 대부분 원형으로 유두와 유륜 부위를 감싸 피부에 접착하는 방식이다. 크기는 4~9㎝ 수준이며, 밴드·실리콘·패브릭 등 다양한 재질·디자인의 제품을 드러그스토어나 속옷 브랜드 매장, 생활잡화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탈브라 3개월차인 여성 Y씨는 “어차피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서 어떤 제품을 써도 오래 사용하기 어렵다. 저렴한 밴드형 남녀공용 니플 패치를 대량 구매해 사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탈브라 1년차인 여성 C씨는 “땀을 많이 흘리지 않을 때, 건조한 계절에는 원형 롤밴드 ‘주사밴드’로 불리는 원형 일회용 반창고가 좋다. 100매에 2000원 선으로 저렴하고 활동량이 많지 않은 날이라면 온종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아 기자 (saltnpep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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